Culture

Z세대는 왜 ‘제철코어’에 열광할까?

글쓴이 |  대학내일 이용호

만난이 |  대학내일 김희연

제철코어는 어떻게 트렌드가 되었을까?

하나의 커다란 사건이 뒤에는 경미한 사고와 사소한 징후들이 있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트렌드의 세계 역시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어느날 갑자기 등장한 것처럼 보이는 ‘메가 트렌드’ 뒤에는 에디터의 안테나에 걸려든 수많은 일상의 조각들이 존재해요.

Z세대 트렌드로 주목 받았던 ‘제철코어’ 역시 작은 신호들을 통해 트렌드 미디어 캐릿이 미리 예견할 수 있었는데요. ‘제철코어’ 트렌드는 25년을 대표하는 주요 인사이트로 대학내일ES T.CON26(트렌드 컨퍼런스 2026)에서 이야기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인사이트는 어떻게 발견할 수 있는 걸까요? 제철코어를 가장 먼저 포착해 트렌드로 소개한 캐릿팀 에디터의 취재노트를 공개합니다.

대학내일ES T.CON26(트렌드 컨퍼런스 2026) ⓒ대학내일ES

제철코어 취재 노트 

트렌드의 시작은 작은 일상에서 발견됩니다. ‘제철코어’의 힌트는 스쳐지나가는 사소한 장면에서 포착할 수 있었는데요.

첫 번째로 주목한 것은 ‘농부 시장’이었어요. 소규모 농가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시장에 20대들이 줄을 서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습니다. 그랬더니 제철 음식으로 차린 상차림을 인증하기 시작하는 SNS의 흐름도 눈에 들어왔죠. 두 번째는 도서의 제목이었어요. 1020세대 베스트셀러 시집 50권 중 8권의 제목에는 ‘여름’ 등 계절을 연상 시키는 단어들이 있었죠.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계절 한정 아이템이 반복적으로 인기를 얻는 것 그리고 계절을 즐기는 행위 자체가 인기 콘텐츠가 되는 것을 보며 확신을 얻었습니다. 실제로 스타일 커머스 플랫폼 지그재그에선 ‘토마토 키링’ 거래액이 전년 대비 1,423% 급증했습니다. ‘제철’ 감성을 담은 상품들의 거래액은 최대 15배나 늘었고요.

ⓒ마르쉐

하지만 트렌드의 흐름을 발견했다고, 그것이 바로 인사이트가 되지는 않습니다. 에디터라면 한 발 더 나아가 “왜?”라는 질문을 던져야만 해요. 트렌드의 배경과 맥락을 파악하지 못한 정보는 반쪽짜리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발견한 현상에 에디터만의 해석을 더할 때, 비로소 실무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유효한 인사이트가 됩니다.

사실 ‘제철’이라는 소재를 두고서 내부에서도 치열한 고민이 있었습니다. “기성세대가 제철 음식을 즐기던 것과 무엇이 다른가?”, “단순히 복고(Retro) 트렌드의 연장선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었거든요.

하지만 현상의 이면을 파고들며 발견한 답은 달랐습니다. 이때 에디터가 포착한 개념은 ‘아네모이아(Anemoia)’입니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시절과 분위기를 그리워하는 감정을 뜻하는 단어인데요. SNS에서 1020세대가 써 본 적도 없는 필름카메라와 우산 꽂은 파르페를 즐기는 것을 보며 힌트를 얻었어요.

사내 강연 '당써먹'으로 개설된 '티콘2026 인사이트 에센스' ⓒ대학내일ES

제철은 기성세대에게는 ‘익숙한 추억’이지만, 기후위기로 사계절이 무너진 시대를 자라온 1020세대에게 제철은 ‘누려본 적 없는 미지의 영역’이었는 셈이죠. 즉, 제철은 과거를 추억하는 복고의 영역이 아니라, 상실된 계절감을 회복하려는 1020세대의 새로운 트렌드였어요.

캐릿은 여기에 취향의 핵심을 뜻하는 접미사 ‘-코어(core)’를 붙여 ‘제철코어’로 소개했습니다. 누군가는 "발견한 현상에 이름만 붙이는 것에 의미가 있는지"를 묻기도 합니다. 하지만 네이밍은 단순히 라벨을 붙이는 행위가 아닙니다. 흩어져 있던 파편화된 현상들을 하나로 묶어 실체를 명확하게 가시화하는 일이에요.

무언가에 이름이 붙여지면 사람들은 이를 하나의 개념으로 인지합니다. 이름으로서 확산의 생명력을 얻는 것이죠. 이것은 잠재된 트렌드의 파이를 키우고 비즈니스의 기회를 만드는 일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제철코어’를 정의 한 이후, 1020세대의 제철에 대한 관심은 더욱 커졌다는 것을 다양한 사례로 발견할 수 있습니다.

유행을 유행이라 설득하는 법

네이밍이 흩어진 트렌드를 발견하는 일이라면, 발견한 트렌드의 유효함을 증명하는 것은 또 다른 영역의 일입니다. 에디터가 아무리 날카로운 인사이트를 던져도, 데이터로 설득하지 못하면 결국 시장에 안착할 수 없습니다. 때문에 캐릿은 에디터가 포착한 날카로운'직관'을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시스템'으로 바꾸는 과정을 거치는데요. 이 설득의 과정은 트렌드를 ‘강의 지류’에 비유하며 시작합니다.

모두가 아는 한강은 이미 늦어버린 메가 트렌드입니다. 캐릿의 목적은 동네 사람들만 아는 우이천이나 중랑천 같은 마이크로 트렌드 단계에서 가능성을 선점하는 것이죠. 하지만 이 작은 지류가 과연 한강으로 흘러갈 ‘진짜 트렌드’인지 어떻게 확신할 수 있을까요? 캐릿은 다음의 두 가지 장치로 그 트렌드의 파급력을 검증합니다.

캐릿 트렌드 디깅 크루의 실제 제보 시트와 데이터 분석 화면 ⓒ캐릿

❶ 입소문을 측정하는 방식

먼저 데이터를 통해 현상의 크기를 객관화합니다. 네이버 검색량 지수를 5,000 / 10,000 / 100,000회 단위로 체계화하여 유행의 단계를 나누죠. 단순히 현재의 수치만 보는 것이 아니라, 수년간의 데이터를 대조하며 키워드에 담긴 가치의 변화를 추적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오글거림'이라는 부정적 키워드가 '낭만'이라는 긍정적 가치로 전환되는 그 임계점(Critical Point)을 포착하는 것이 캐릿만의 노하우입니다. 데이터가 변곡점을 그리는 순간, 우리는 그것이 곧 메인 스트림이 될 것임을 확신하고 독자를 설득할 근거를 얻습니다.

❷ 실제 목소리를 듣는 방식

숫자 너머의 생생한 확신은 결국 '사람'에게서 나옵니다. 캐릿은 270명의 ‘트렌드 디깅 크루’(10대 30명, 20대 200명, 해외 40명)를 통해 날것의 목소리를 들어요.

알고리즘에 의해 취향이 파편화된 시대에, 각기 다른 크루들이 공통으로 제보하는 ‘중복 빈도’는 매우 강력한 신호입니다. 개개인의 취향을 넘어 보편적인 유행으로 번지고 있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이기 때문이죠. 여기서 캐릿은 심층 인터뷰를 통해 숫자 뒤에 숨겨진 1020 세대의 맥락을 끄집어냅니다.

넥스트 트렌드는 뭘까?

제철코어 최초로 포착하고 소개한 캐릿의 김희연 에디터 ⓒ대학내일ES

시스템이 증명한 데이터의 끝에 남는 것은 결국 ‘우리가 놓치고 있는 감각’입니다. 제철코어가 무너진 기후 위기 속에서 ‘사계절의 리듬’을 되찾으려는 몸부림이었듯, 에디터가 발견한 2026년의 새로운 신호는 ‘생략된 시절’을 향해 있는데요. 그것은 바로 ‘청춘통’입니다.

X에서 조회수 74만 회를 기록한 청춘체험 모집글을 곰곰이 들여다보면, 그저 지나가는 투정으로만 읽히지는 않아요. 그 이면에는 2025년 서울 고졸 검정고시 지원자가 3년 연속 늘고있다는 데이터가 있기 때문입니다. SKY 신입생 중에는 검정고시 출신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합니다. 1020세대는 더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청춘을 건너뛰는 일이 그저 남일이 아닙니다. 내신 경쟁을 위해 교문을 나선 이들에게 청춘은 겪어보지 못해 더 선명하게 앓게 되는 ‘잃어버린 페이지’가 되었습니다.

ⓒX

1020세대가 교환 독서, 감튀 모임, 경도 게임처럼 성인의 눈에는 다소 유치해 보이는 놀이에 판을 깔고 몰입하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자연스럽게 누리지 못한 시절의 조각들을 인위적으로라도 이어 붙여보려는 시도인 셈이죠. 효율과 결과를 강조하는 세상에서 다소 작위적으로 보이는 이 행동들은 경험해보지 못한 청춘을 찾으려는 목소리입니다.

이처럼 트렌드는 현상의 나열이 아니라, 그 이면에서 요동치는 ‘마음의 향방’을 읽어내는 일입니다. ‘제철코어’가 사라진 계절에 대한 갈망을 읽었기에 시장을 움직였듯, ‘청춘통’ 또한 이 세대가 느끼는 정서적 공백을 채워줄 때 비로소 비즈니스의 화두가 될 수 있습니다. 캐릿은 파편화된 트렌드 속에서 시대의 본질적인 마음을 읽어, 실효성 있는 비즈니스 기회로 만드는 트렌드 파트너로 오늘도 나아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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